구글, 한국 개발자에게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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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한국에 R&D센터 설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 여러 언론에선 웹비지니스를 영위하는 포털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의 인력난을 가중시킨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기사는 진실일까? 도대체 개발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공대생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굉장히 많은 편이다. 작년 공대 졸업생은 한국이 6만9400여명으로 미국 73600여명과 맞먹는 규모다. 컴퓨터 관련 인원도 그만큼 많아서, 과거 전산 관련 학과나 컴퓨터 공학 등의 이름으로 학사 인력이 시장에 배출되고 있다. 이 인원은 현재엔 많이 적어젔지만, 3-4년 전만 해도 질을 떠나서 개발자를 구하는 것은 게임방이나 편의점의 알바를 구하는 것 만큼 어렵지 않았다. 많은 개발 관련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회원은 이미 수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원하는 인력은 100여명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고작 이 정도의 인원으로 휘청거릴 정도로 한국 IT 시장의 인력 시장은 작은가?

사실 핵심 개발자 100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100명은 한 개의 대학에서 컴공과 1년 졸업생 정도의 규모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구글이 한번에 100명 이상의 인원을 뽑는다는 것도 아니다. 인원도 그렇지만, 공학이라는 것은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학문이다. 소형 컴퓨터에서 개발하는 것과 컴퓨터 1000대를 병렬화(클러스터링)시켜 개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마찬가지로 문서 1000개를 검색하는 프로그램과 10억개를 검색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던 간에 선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구하는 것은 적어도 한국에 있어선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런 인력을 기업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한국 기업은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일본은 극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구글 R&D 센터가 열린 국가인데, 개발자에겐 서버 1000대를 병렬화 시킨 시스템에서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한국에서 체계화된 대용량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네이버의 이준호 CTO는 장비 확충에 드는 비용 문제로 인해 웹 문서 검색이 구글에 뒤진다고 코멘트한 바 있다. 검색 기업이라 표방하는,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네이버도 그러할 진데, 다른 기업은 어떨까?

사실 한국에서 개발자의 사회적 위치나 대우는 형편없다라도 말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그 기업의 공통된 처우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나쁘다라도 할 수는 없지만, 단일 벤처기업의 경우 정에 호소해서 개발하려는 회사가 의외로 많고, 대우 또한 좋은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개발자는 2년 전부터 상당수 다른 시장으로 빠져 나아갔고, 이미 대학에서 공대의 위치는 1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변했다. 너무 많은 인원을 대학이 뽑고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실제 개발자의 성공 케이스가 IT쪽에는 거의 없다. 한국 웹 비지니스 시장은 이미 아이템 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너무 성장했고, 좋은 아이템과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학연, 지연이 없으면 회사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투자회사가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시장에서 구글은 싫든 좋든 간에 한국 기업에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가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네이트, 싸이월드의 운영사인 SK 커뮤니케이션즈라고 할 수 있고, 그 밖에 네이버의 운영사인 NHN, 엔씨소프트 등도 개발자의 처우와 개발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은 고작해야 2년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최소한 개발자에게는 긍정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IT 기업에 있어서 R&D는 수익을 증대시키는 요소가 아니라 수익을 갉아먹는 요소이다. 그런 이유에서 한국 기업은 연구개발이라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의 등장은 연구 개발이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일련의 것들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지만, 반대로 개발자들에게는 과거에는 갖을 수 없는 회사 내의 발언권과 실질적인 처우의 개선을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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